
2025년 8월 23일 토요일 오전
일행과 선암사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그림자도 동행하네요.
파란 하늘 아래 초록이 어우러진 숲길을 걸으니,
가슴속까지 시원한 바람이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일상의 번잡함은 물러나고, 고요와 평화만이 걸음을 채웁니다.

흙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마치 시간의 무게를 그대로
간직한 듯한 부도탑들이 정렬해 있습니다. 각자의 사연이 담겨 있는 듯,
정갈하고도 위엄 있는 모습입니다.
이 탑들은 그저 돌덩이가 아니라,
치열한 수행의 삶을 살다 간 스님들의 마지막 흔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번뇌를 내려놓고 영원한 고요 속으로 들어간 고승들의 삶을 상상해봅니다.
복잡한 일상에 지쳐 있다면,
이렇게 자연 속에서 과거의 흔적을 따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들의 고요함이 여러분에게도 작은 위안과 평화를 전해줄 것입니다.

안내판 오른쪽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순천시 전역은 2018년 7월 25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제30차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순천만◦동천하구습지보호지역, 조계산도립공원으로 구성된 핵심구역 9,368ha,
핵심구역을 둘러싼 산림저지대, 농경지, 하천 등으로 구성된 완충지역 20,985ha,
핵심 및 완충구역을 제외한 도심을 포함한 공간으로 구성된
협력구역 63,487ha으로 총 면적 93,840ha(약 2억 8천 3백 9십만평)이다.

사찰 입구에서 만난 조계산 도립공원 안내도 입니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비롯해 주요 탐방 코스와 명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길을 잡기에 편리합니다.

선암사는 한국불교태고종 총본산으로 고려시대 이후 조계산의 대표적 사찰입니다.
2009년에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2018년에는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대흥사와 함께
‘산사,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선암사라는 이름은 절주변에 있는 큰 바위에서 유래하는데 절 서쪽에 있는
10여장이나 되는 큰 돌이 평평해 옛 선인이 바둑을 두던
곳이라 하여 ‘선암’이라는 절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또 하나의 유래는 조선숙종 때 호암 선사가 선암사 뒤편 봉우리의 배바위에 올라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를 기원하며 100일 기도를 올렸으나
이루지 못해 지성이 부족함을 한탄하며 아래로 몸을 날렸다.
이때 한 여인이 코끼리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와 선사를 받아 배바위에 올려놓았다.
호암선사는 그 여인이 관세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지어 관세음보살을 봉안하였다.
그후 사람들은 신선이 내린곳이라 하여 선암사로 불렀다고 한다. (선암사 홈페이지)

사찰의 진입로에 들어서면 가장 큰 방생정계비(放生淨界碑)돌비석을 만납니다.
이름 그대로, ‘메여 있는 것에서 자유를 베풀어 준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방생(放生)은 ’물고기나 새 같은 살아 있는 생명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자비의 실천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는 불교의 깊은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정계(淨界)’란 ‘깨끗하고 맑은 세계’, 곧 불국토를 뜻합니다.
그래서 이 비석은 “이곳은 방생을 실천하는 청정한 구역이니,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햇살이 스며드는 숲속, 이정표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남도 삼백리 천년불심길’이라는 이름처럼,
오래전부터 수많은 이들이 지나온 성스러운 길 같았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서 있으니,
마음속 근심이 하나둘 흩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흙냄새와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길을 걸었습니다.
길은 걷는 이의 것, 그 자체가 여유였지요.
양옆으로 가득한 나무들,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자갈길 위에 반짝이며 내려앉습니다.
비포장 흙길이라 더 정겹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습니다.

푸른 숲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 소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발을 담그면 마음속 시름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고,
돌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는 작은 폭포를 만들며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잠시 차가운 물에 손을 적시고 새소리와 바람을 들으니,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군집 부도탑 아래 우뚝 선 석장상에 '禪敎兩宗大本山(선교양종대본산)'
이라는 한자 글씨가 새겨져 있네요.
이는 선종과 교종을 아우르는 큰 절이라는 뜻으로,
이곳이 과거 불교의 중요한 중심지였음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듭니다.

조금만 올라가면 선암사에 도착합니다.
편백 숲이 주는 평화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 덕분에
길은 한결 시원하고 고요했습니다.
함께 걷기 좋은 길 혼자 사색하며 걷기에도 좋고,
소중한 사람과 나란히 걷기에도 참 어울리는 길이었어요.

승선교는 조선 시대의 아치교로서,
1963년 9월 2일 대한민국 보물 제40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승선교 앞에 ‘寶物 第四百號, 昇仙橋’ 라고 새겨진 돌 안내판이 보입니다.
승선교(昇仙橋)를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라는 뜻입니다.
이 이름은 다리를 건너면 마치 신선이 되는 것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봅니다.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단순한 통로를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강선루(降仙樓)는 선암사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출입용 문루 역할을 하는 팔작지붕의 중층누각이다.
불기 2959년(1929년)에 지었다고 합니다

'신선이 내려오는 누각'이라는 뜻으로, 자연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 고즈넉한 숲길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누각입니다.
예로부터 빼어난 경치가 신선이 머물 만큼 아름다웠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 누각에 앉아 있으면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는 곳.
마치 속세의 번잡함을 벗어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곳입니다.

강선루 옆 넓은 암벽에 새겨진 한자 이름들, 불기 2939년에 썼다고 되어 있네요.
이를 서기로 환산하면 1655년으로 조선시대 효종 시기로 보여집니다.
이때는 자신이 중요한 장소에 방문했다는 것을 기념하고
기록하기 위한 방법으로
바위나 벽에 이름을 새기는 '각자(刻字)'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2가지로 추측 가능합니다. 먼저 기념과 증명입니다.
과거 선비들은 유람을 다니며 경치 좋은 곳이나
명승지에 들러 자신의 이름과 방문한 날짜를 새겨,
자신이 이곳에 왔었다는 것을 후대에 알리고 기념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방명록' 역할입니다. 또 교류의 흔적입니다.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여행했을 경우,
그들과 함께 방문했다는 사실을 각자를 통해 남기기도 했습니다.

삼인당은 긴 알모양의 연못 안에 섬이 있는 독특한 양식으로
신라 경문왕 2년(862)에 도선국사가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삼인이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의
삼법인을 뜻하는 것으로
불교의 중심 사상을 나타낸 것입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문채원, 유연석 주연)
에서 '소원 연못'으로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선암사 홈페이지)
연못 한가운데 둥근 섬이 있고, 둘레를 감싼 돌담이
고풍스러운 멋을 살려줍니다.
고요한 수면에는 숲의 푸르름이 그대로 비치고,
잔잔한 물결은 마음까지 평화롭게 합니다.
물 위에 비친 전나무 세 그루가 마치
삼법인의 가르침을 전하는 듯 합니다.

담장 앞에는 전통 찻집 ‘선각당’을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고,
건물 중앙에는 ‘先覺堂’ 이란 행서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곳은 연꿀빵과 덮밥 등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낮은 돌담 위를 덮은 기와와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세월에 찢기고 할퀴여 이제는 껍질만 앙상하게
남은 고목에서 깊은 경외심을 느낍니다.
말없이 서 있는 그 자태가, 세월의
무게와 흔적을 증언하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생명을 틔우지 못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수많은 역사를 지켜온 증인이자
삶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생명이 다할 때 까지
수백년을 지켜온 것 자체로
존재의 무게를 느끼게 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겸허하고,
생명력 대신 세월의 지혜를 품고 있으며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조용히 묻고 있는 듯합니다.

조계산 선암사(曹溪山 仙巖寺)'본당으로 들어가는
일주문입니다.
속세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불심(佛心)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는 공간입니다.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네요.
돌담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호남제일선원(湖南第一禪院)은
호남 지역에서 으뜸가는 선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스님들이 참선 수행을 하는 공간입니다.
이 명칭은 단순히 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사찰이 호남 지역에서 불교의 수행과 정신을
대표하는 중요한 곳임을 상징합니다.

범종각과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거대한 은행나무입니다.
범종이 지닌 웅장함과 은행나무의
장엄함이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범종은 고요한 산사에 울림을 더하고,
깨달음의 소리를 전합니다.
그 소리는 세속의 번뇌를 씻어내고,
우리 마음의 평화를 되찾게 해줍니다.
은행나무는 범종이 울리는
모든 순간을 묵묵히 지켜온 증인입니다.
수많은 계절을 견디며
단단한 줄기를 키웠고, 봄에는 연두빛 새싹을,
가을에는 황금빛 잎을 피워냈습니다.
범종의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은행나무는 바람에 잎을 흔들며
그 소리에 화답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범종과 은행나무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지만,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나는 소리로, 다른 하나는
침묵으로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고요함 속에서 깊은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범종은 사찰에서 시간을 알리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울려 퍼지는 중요한 불교 의식 도구입니다.
‘범(梵)’은 ‘맑고 깨끗한 소리’를 뜻하며, 그
종소리는 괴로움에 잠긴 중생을 깨달음의 길로 이끈다고 합니다.
사찰에서는 아침 예불 때 28번,
저녁 예불 때 33번 종을 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울림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혼을 구제하고,
소리가 닿는 모든 곳에 불법(佛法)의 가르침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불자들에게는 수행에 더욱 정진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소리이기도 하지요.

범종에는 ‘曹溪山仙岩寺’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화려한 단청이 그 위엄을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종각에 한가롭게 더위를 식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내방객을 조용히 맞고 있네요 🐾

범종루는 일주문에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축선상에 자리한 2층 누각 건물로,
1935년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범종을 비롯해 법고,
목어, 운판 등 불교의 중요한
의식 도구인 사물(四物)을 모신 공간입니다.
네 가지 사물은 각각 지옥, 땅, 물속, 하늘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자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 예불 시간에 사물을 울려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 모든 곳에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종루 1층에 자리한 금강서점 입니다.
이곳에서 음료와 불교 서적, 염주, 일상생활용품 등
다양한 기념품을 만나볼 수 있어 방문객들이 불교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고요한 산사의 풍경과 사람들의 온기가 어우러져,
잠시 머물며 특별한 휴식과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판 옆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만세루 앞 햇살이 내리쬔 사찰 마당에는
바스락거리는 흙길과 섬세한 삼층석탑이
깊은 역사를 느끼게 합니다.
석탑은 예술 작품이자 사찰의
중심을 잡아주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전통 기와지붕과 단청으로 장식된
건물들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왼편 대웅전은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출입은 가능하다고 되어 있네요.
푸른 하늘과 산, 그리고 햇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대웅전 보수공사 지붕위로 푸른 하늘과
뭉개 구름이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붕 너머의 하늘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인공 구조물 사이로 비친
하늘은 자연과 인간 창조물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대웅전의 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지붕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독특한 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는 설선당입니다.
기와지붕의 곡선과 단청, 힘 있는 한자 현판이
어우러진 건물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건물과 돌담, 정돈된 흙 마당이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바람과 새소리만 들리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깊은 휴식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단청 대신 붉은 기둥은 세월을 담아내며,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창호와 기와지붕은 수묵화 같은 조화를
이루며 예술적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단청 없는 건축은 꾸밈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와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고요한 사찰의 풍경 속에서 마음이 정리되고,
본연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남을 깨닫게 됩니다.

불교에서 탑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곳으로서 예배의 대상입니다.
선암사 3층 석탑은 대웅전 앞 좌우에
1기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두 탑은 양식적인 측면에서 보아
신라시대 후기인 9세기경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86년에 탑을 해체◦복원할 때 동쪽 탑에서
1과가 들어 있는 금동 팔각 사리함과 청자 항아리,
분청사기 항아리 등의 유물이 발견되었고,
이때 발견된 사리 장치는 국가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출토 유물과 석탑의 조성 시기를 비교한 결과,
11세기와 16세기 두 차례에 걸쳐 중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기의 삼층석탑은 선암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으로,
다른 목조 건축물과
달리 화재의 영향을 받지 않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출처: 안내판)

석탑은 화려한 건물과 달리 투박하지만
굳건하게 천 년의 세월을 지켜왔습니다.
석탑의 돌기단과 층마다 쌓인 돌들은
비바람의 흔적을 품고 묵묵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주변의 돌기둥과 함께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역사적 깊이를 더합니다.
석탑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평온의 메시지를
담아 방문자에게 고요한 마음을 선사합니다.

맑은 하늘 아래 고즈넉한 사찰 풍경이 펼쳐집니다.
전각의 기와지붕과 돌담이 어우러져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길게 이어진 흙길은 방문객들에게
여유로운 산책로가 되어 주고,
돌과 나무로 된 난간은 정취를 살려줍니다.
배롱나무 향기에 취한 방문객이 걸음을 멈추고,
울창한 숲은 사찰을 포근히 감싸고 있습니다.
자연과 하나 되어 숨 쉬는
이곳의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사찰에서 가장 큰 건물 대웅전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섬세하게 조각된 문살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복잡하면서도 규칙적인
격자무늬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가로세로 교차한 나무살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둥근 쇠 문고리는 고요한 문살에
작은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변색된 문살은 단순한
건축 요소가 아닌 역사와 정성의 산물입니다.
화려함보다 은은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사찰의 문살에서 고요한 미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기도는 염불과 정진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입니다.
불자들이 절하며 소망을 빌고 마음을 정돈합니다.
기도는 개인적인 소원 성취와 번뇌 소멸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내면을 정화하는 정신 수양의 시간이 됩니다.

지장전은 화려함보다는 온화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고즈넉한 전각으로, 햇살 아래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현판이 특징입니다.
지장전에 머무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번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평온한 공간입니다.

처마는 비와 햇빛을 막는 기능뿐 아니라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한옥의 미적 가치를 높입니다.
처마 끝의 풍경과 낙숫물은 자연의 소리를 담고,
안팎을 연결하는 정서적 역할을 합니다.

불조전(佛祖殿)은 부처님과 조사들을 모신 전각으로,
불법이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붉은 기둥과 백색 벽, 나무 기둥과 정교한 공포가 조화를 이루어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주변 나무와 돌담과 어우러져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건물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원통각(圓通閣)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입니다.
모든 고통을 벗어나 원만하게 통하는 의미를 지닌
고요하고 편안한 공간입니다.
나무 본연의 색과 정교한 공포, 서까래가
드러난 기둥과 처마는 세월의 흔적과
섬세한 한국 전통 건축미를 보여줍니다.
화려한 단청 없이도 우아함을 느낄 수 있으며,
지붕의 곡선과 기와는 전통미를 더욱 강조합니다.
돌담과 주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원통각은 외부의 소박함과 내부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관세음보살의 자비가 깃든 이 공간은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사색과 휴식의 장소입니다.

원통전은 관음신앙을 반영한 불전으로, 관세음보살을 모신
호남지역 대표 기도처입니다.
원통전은 1660년 경잠·경준·문정
세 대사가 처음 세웠고, 1698년 약휴대사가 중수했습니다.
1759년 화재 후 1761년에 상월대사와
서악대사가 재건하였습니다.
순조 탄생과 관련하여, 정조가 눌암대사에게
100일 기도를 부탁해 순조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에 정조와 순조는 눌암대사에게 공적을 기리는 첩지,
금병풍, 편액 등을 하사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안내판 요약)

원통각의 처마는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전통 건축의
비례와 조화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공포와 서까래의 섬세한 구조와 나무 본연의 색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멋과 장인의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푸른 하늘 아래 한옥 마당은 고요하고 아늑하며,
자갈 마당과 돌담이 조화를 이루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 그대로의 나무색과 흰 벽, 목재 구조는 소박하지만 깊이 있는
한옥의 건축미를 보여줍니다. 이 공간은 잠시 멈춰 서서
여유를 느끼고, 한국 전통 건축과 자연의
평화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세월을 함께해온 담쟁이덩굴이 사찰의 벽면을 휘감으며,
자연이 건물을 감싸 안은 듯한 풍경을 빚어냅니다.
돌담과 기와지붕 위로 뻗어가는 덩굴이 고요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덩굴은 이곳이 지나온
시간과 세월의 흔적을 담아낸 살아 있는 기록처럼 다가옵니다.

풍경(風磬)은 바람 풍(風)에 경쇠 경(磬) 자를 쓰는 한자어로,
'바람이 치는 종'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사찰이나 고궁의 처마 끝에 매달아 바람이 불 때마다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는 작은 종을 일컫습니다.
풍경은 단순 장식이 아닌 상징적 의미와 역할을 지닌 사찰의 요소입니다.
맑은 소리는 법음(法音)으로 불리며, 마음을 정화하고
번뇌를 흩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바람에 울리는 소리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 지혜를 널리 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찰 뒤편에 산신각이 있음을 안내합니다.
산신각은 산신을 모시는 건물로, 불교와 토속 신앙이
융합된 사찰 수호의 공간입니다.
이 팻말은 단순한 안내를 넘어,
자연과 신앙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사찰 깊숙한 길을 안내합니다.

응진당은 석가모니 부처의 제자인 16나한을 모신 전각으로,
깨달음을 얻은 최고의 수행자를 의미합니다. 16나한의 덕을 기리고
그들의 깨달음을 본받아 수행하는 공간으로, 중생들의 깨달음을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화려함과 자연의 조화를 동시에 보여주며,
인간의 지혜와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을 상징합니다.

편백나무 두그루가 법당과 산세를 잇는
자연의 문처럼 우뚝 서 있으며, 사계절 푸른빛으로
변하지 않는 진리를 상징합니다.
서로를 마주한 모습은 수행자의 굳건함을 닮았고,
방문객에게 고요와 치유를 선사하는 묵묵한 스승과 같습니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하나씩 쌓은 돌탑은,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정성을 보여줍니다.
돌을 쌓는 행위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마음을 바로 잡는 의미를 지닙니다.

와송(臥松)은 마치 옆으로 누워 있는
듯한 독특한 소나무 수형을 가진 나무입니다.
소나무는 변함없는 절개와 장수, 강인함과
인내를 상징하며 사군자 중 하나로 꼽힙니다.
와송은 누운 듯하지만 옆으로 뻗은 가지에서
강한 생명력과 사찰의 평온함을 보여줍니다.
선암사 와송은 600년 동안
사찰을 지켜온 살아 있는 부처님처럼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하절기임에도 불구하고 파리도 없고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했는데 문화재로 사용불가였습니다.
안쪽 물고기 모양 나무판에는 (남)은 왼쪽,
(여)는 오른쪽이라는 화살 표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대개 사찰 화장실이 ‘해우소(解憂所)’라
불리지만, 이곳은 ‘뒤칸’이라 적혀 있네요.
번뇌를 씻는 불교적 상징 대신,
고향집 뒷마당의 소박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라
한결 친근했습니다. 안내판을 읽어 봅니다.
측간은 지금의 화장실을 말하며,
건물의 앞쪽에 ‘대변소’와 ‘뒤ㅅ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1540년 일주문 중수 기록에 따르면
청측(靑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지었고,
이후 측간으로 부르다가 현재는 뒷간이라 부른다.
건물은 자연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하여 지혜롭게 지었다.
입구를 기준으로 남자칸과 여자칸이 양쪽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재래식 화장실에서는 보기 드문 구조이다.
우리나라 측간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로 역사◦문화적으로 연구가치가 높다.

누군가 써놓은 정호승 시인의 시 선암사에 눈길이 갑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를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화장실 앞에서 잠시 글귀를 읽고 음미하는 것도,
사찰 답사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청정하게 피어나,
번뇌 가득한 세상 속 중생의 깨달음을 비유합니다.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순결함과 고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력은 불교가 말하는 지혜와 자비의 상징입니다.

내가 만난 매화나무 가운데 가장 우람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선암사 경내에는 수령 350~650년에
이르는 매화나무 50여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이 매화나무들을 가르켜 선암매라고 부릅니다.
이 가운데 흰 매화(백매)와 붉은 매화(홍매)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선암매는 3월 말경에 만개하여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무전 돌담길을 따라 20여 그루가 무리지어 꽃을 피웁니다.
선암사와 함께 하신 많은 스님들은 이 나무를 보며 수도자의
역경을 이겨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선암사 순례에 푹 빠지다 보니
‘식전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시간 남짓 답사를 마치고
미리 찜한 사찰 입구의 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죠.@
깔끔하고 정갈한 내부로 들어서니 향긋한
음식 냄새가 출출한 위장을 자극했습니다.
인심 좋은 주인장이 내어준 한 상 가득한 차림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건강한 음식이었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준 그 맛,
남도 음식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가
이번 순례의 또 다른 보람이었습니다. -끝-